Essay

Design Reinterpretation

나란히, 느티나무

1986년 《디자인》 창간 10주년 표지를
2026년 제너러티브 모션으로 다시 읽다

변사범 × Claude 2026. 2

40년 전, 수많은 손이 모여 한 그루 느티나무를 이뤘다. 그 표지를 처음 본 순간, 이것을 움직이게 만들고 싶었다.

1986년 《디자인》 잡지 창간 10주년 기념 표지
《디자인》 1986년 10월호, 창간 10주년·지령 100호 기념 표지 — 조영제

"그늘을 크게 드리우는 큰 느티나무 한 그루를 이루기 위해 많은 사람들의 맑은 마음이 모였었다." 표지 뒷면에 적힌 이 한 문장이 오래 머물렀다. 느티나무는 우리 조상들이 향교나 사당 옆에 심었던 나무다. 학문을 논하는 자리, 그 곁에 항상 있었던 그늘.

나는 이 이미지를 들고 AI에게 물었다. 지금 시점에서, 이걸 코드로 비유하면 어떨까?

Sabum
이 이미지를 코드로 비유해서 표현한다면 어떨까? 토론해보자.
Claude
수많은 손이 모여 나무를 이루는 이 그림, 웹사이트가 만들어지는 과정과 닮아 있습니다. 각각의 손은 하나의 페이지, 하나의 기능이에요.
Claude
손마다 붙어있는 알파벳 D, E, S, I, G, N은 각 손이 품고 있는 고유한 역할이죠. 따로 보면 그냥 글자 하나인데, 모이면 "DESIGN"이라는 의미가 됩니다.

그런데 개발자의 언어로만 풀면 안 될 것 같았다. 이건 디자이너들의 잡지니까.

Sabum
비개발자도 이해할 수 있는 정도의 이야기면 좋겠다. 디자이너들의 책이니까.
Claude
뿌리는 공통된 약속입니다. 색상, 서체, 여백 같은 디자인 시스템이라는 공통 약속 위에서 각 페이지가 자유롭게 펼쳐지는 거죠. 약속이 없으면 손들은 나무가 아니라 그냥 흩어진 손일 뿐이에요.

그늘이 본질이다. 나무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그 아래에서 사람들이 쉬고 배우고 이야기하는 공간을 만드는 것.

느티나무의 진짜 목적은 나무 자체가 아니라 그늘이었다. 웹사이트도, 코드도, 디자인도 마찬가지다. 만드는 것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그것을 통해 누군가가 편안하게 머물고 무언가를 얻어가는 경험이 본질이다.

* * *

40년의 거리, 같은 그늘

1986년, 이 잡지를 만들려면 편집자, 일러스트레이터, 인쇄소 — 모든 손이 같은 장소, 같은 시간에 모여야 했다. 2026년, 나는 AI와 대화하며 이 표지를 움직이는 코드로 바꾸고 있다. 손이 모이는 방식은 완전히 달라졌지만, "맑은 마음이 모여 큰 그늘을 만든다"는 본질은 그대로다.

그래서 이것을 모션으로 만들기로 했다. 정지된 표지가 아니라, 실제로 자라나는 나무로.

Sabum
이걸 코드로, 모션으로 만들면 어떨까?
Claude
시간에 따라 느티나무가 성장하는 제너러티브 아트, 바로 만들어보겠습니다!

뿌리 하나에서 시작해, 가지가 뻗고, 곁가지가 나오고, 그 끝에 작은 빛들이 맺힌다. 핑크에서 오렌지로 흐르는 배경 그라데이션은 원작 표지의 색감을 그대로 가져왔다. 나무 곁을 도는 작은 위성 원들은 이 프로젝트에 함께한 동료들이다. 물고기 파티클은 가지 사이를 유영하며, 나무에 숨결을 불어넣는다.

매 순간 조금씩 다른 형태로 자라나기 때문에, 같은 나무는 두 번 다시 태어나지 않는다. 40년 전 표지가 인쇄된 순간 영원히 고정된 것과 달리, 이 나무는 열 때마다 새로 태어난다.

"순백의 느티나무는 그 그늘을 더욱 넓게 자리잡게 하리라."
— 원작 표지 설명에서

어쩌면 이것이 원작이 말하고 싶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그늘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계속 넓어지는 것. 40년이 지나도 누군가 다시 손을 얹을 수 있다는 것.

마우스를 올려보면 또 다른 이야기가 시작된다. 커서가 지나간 자리에 D·E·S·I·G·N 글리프 블록이 남는다. 원작 표지에서 손마다 쥐고 있던 알파벳 블록이, 이번에는 당신의 손끝에서 흩뿌려진다. 나무는 스스로 자라지만, 그 위에 글자를 남기는 건 보는 사람의 몫이다.

위로 스크롤하면, 그 나무가 자라고 있다.

그런데 이 프로젝트, 디자인 도구를 하나도 안 켰다. 일러스트레이터도, 피그마도, 포토샵도. 디자이너가 표지를 만든다고 하면 보통 일러스트레이터부터 여는 게 순서인데, 이번에는 텍스트 에디터랑 브라우저, 그리고 AI랑 대화하는 것만으로 모션이랑 에세이, 인쇄용 표지까지 다 만들었다.

아마 이런 식으로 만들어진 표지를 받아본 사람은 없을 거다. 열면 움직이고, 스크롤하면 글이 나오고, QR 찍으면 나무가 자란다. 디자인 도구 없이 만든 디자인이라니, 좀 재밌지 않나?

나무를 그린 코드

위에서 자라는 나무는 이 코드로 만들어졌습니다.

씨앗 — 하나의 가지가 태어나는 순간

class Branch {
  constructor(x, y, angle, length, depth = 0) {
    this.points = [{ x, y }];   // 시작점 하나
    this.growing = true;
    this.depth = depth;
    this.growthSpeed = 0.735 + Math.random() * 0.245;
  }
}

성장 — 매 순간 조금씩 방향을 틀며 자란다

// 성장 중이면 새 포인트 추가
const newX = last.x + Math.cos(this.angle) * this.growthSpeed;
const newY = last.y + Math.sin(this.angle) * this.growthSpeed;
this.points.push({ x: newX, y: newY });

분기 — 30%의 확률로 새 가지가 뻗는다

// 30% 확률로 새 가지 생성
if (this.depth < 2 && Math.random() < 0.3) {
  branches.push(
    new Branch(end.x, end.y, childAngle, childLength, this.depth + 1)
  );
}

배경 — 원작 표지의 핑크-오렌지가 천천히 회전한다

const bgAngle = time * 0.002;  // 느리게 회전
bgGrad.addColorStop(0, '#E84B8A');
bgGrad.addColorStop(1, '#F06040');